다이렉트 예금
고객이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인터넷뱅킹을 통해 계좌 개설, 입출금 등을 할 수 있는 KDB산업은행의 예금 상품. 높은 금리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지만, 박근혜 정부가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중단시키며 애물단지가 됐다. 산은은 2009년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해 정책금융 기능을 넘기고 민영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소매금융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직원이 직접 소비자에게 찾아가는 등 다이렉트 예금 영업도 공격적으로 폈다. 창구 유지 비용을 아껴 고객에게 금리를 더 많이 준다고 홍보했다. 무점포, 인터넷 기반의 고금리 다이렉트 예금은 지점 숫자가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가 되지 않는 산업은행으로선 개인 고객을 늘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산은은 다른 시중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무기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다이렉트 예금은 2011년 9월 출시된 뒤 9개월 만에 2조원의 예금을 끌어들였고, 2013년 7월 기준 40만 계좌에 10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하지만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상품을 팔수록 은행이 손해를 보는 역마진 수준으로 올렸다는 지적을 감사원으로부터 받았다. 이후 4%가 넘던 다이렉트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다른 은행 수준인 2.95%로 뚝 떨어졌다.
민영화 방침이 백지화되면서 다이렉트 예금은 아예 퇴출될 처지에까지 놓였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산은의 자산은 7, 8년 이상이 지나야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 자산이라며 1년 이하 단기자산을 취급하는 시중은행과 경쟁하려면 자산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쉽지 않다. 민영화는 애초부터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7월15일자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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