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借名)계좌
실존하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만든 계좌. 2013년 7월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차명(借名) 계좌 500여개를 통해서 3000억원가량 재산을 숨겨왔던 것이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밝혀지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實名制)가 도입되면서 '홍길동' 등 가공의 인물 이름으로 만든 가명(假名) 계좌는 사라졌지만, 다른 사람의 이름을 이용하는 차명(借名) 계좌는 살아남았다. 그런데 이 차명 계좌가 대기업 사주와 자산가들의 탈세와 비자금 은닉에 자주 활용되면서 전면 금지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은행들은 차명 계좌를 전면 금지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금융실명제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차명 계좌는 일반인들도 광범위하게 쓴다는 것이다. 예컨대, 1인당 5000만원인 예금자 보호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예금을 자신의 이름으로 5000만원, 친척의 이름으로 5000만원씩 분산하는 식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차명 계좌의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다. 탈세나 범죄 혐의로 세무조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이 전부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발표한 자료에서 "그동안 세무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차명 계좌는 총 3만1502개로, 이 계좌들에 입금된 금액은 총 4조7344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본인 명의로만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로 계좌를 개설할 경우에는 위임장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가족은 위임장 없이도 주민등록등본 등만 제시하면 계좌를 만들 수 있다. 게다가 명의신탁(名義信託․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소유하는 것)에 대한 금지 규정이 없어 차명 계좌의 돈이 계좌 명의인 소유가 아니라 계좌의 실제 주인 소유로 인정받는다. 차명 계좌를 통한 재산 은닉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조선일보 2013년 8월 7일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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